지원회화 - 가이츠×피오라


C

피오라 : 어라...

가이츠 : ?

피오라 : 당신,
어디서 만난 적 있지 않아?

가이츠 : 뭐?
가, 갑자기 뭔데?

피오라 : 아주 예전에, 배 위에서...
그래 맞다,
베르거 상회 사람 맞지?

가이츠 : ...왜 네가
그런 걸 알고 있지?

피오라 : 역시나!
당신의 집이
우리 일리아의 은인이니까.
예전에 일리아의 작물이 얼어붙어서
모두가 굶주리고 있었을 때,
북쪽 해양을 넘어서
우리한테 식량을 운반해 줬잖아.
당신들이 와 주지 않았더라면
나도 이 자리에 없었을지도 몰라.
저기, 꼭 사례를 하고 싶어.

가이츠 : 관둬.
그런 말 하지 마.
나는 그 집구석이랑은...
더 이상 연이 없으니까.


B

피오라 : 저기, 잠깐 기다려!
...가이츠씨!!

가이츠 : 또 너냐.
사례라면 아버지한테... 그
욕심 많은 영감한테 해.
예전에도 당신들한테서
실컷 털어먹었을 거 아냐.

피오라 : 당신,
아버지를 싫어하는 거야?
어째서?
훌륭한 사람이었잖아.

가이츠 : ......
당신,
갤리선이라고 알고 있어?

피오라 : ?

가이츠 : 배라는 건 보통,
돛을 펴서 바람의 힘으로 나아가는 법이야.
풍향을 타면 좋지만,
역풍이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지.
갤리선이란 인간이
노를 저어서 나아가는 인력선을 말해.
바람에 좌우되지 않으니까
예정대로 장사하기엔 알맞지.

피오라 : 그게 왜...?

가이츠 : 아버지는 푼돈으로
그 갤리선의 노꾼을 대량으로 고용했어.
비좁고 답답한 선저에 밀어넣고는
노예처럼 혹사시키는 거지.
써먹을 수 없게 된 놈은
하나씩 버리고 말이야.

피오라 : ......

가이츠 : 꼬맹이였을 적에 나는 아버지의 배에
타는 걸 좋아했어.
모두가 어르신이라고 부르는 아버지를
존경했지.
그러다 우연히 선저에서
그 녀석들을 보고 말았어.
죽을 것처럼
노를 젓고 있는 놈들 중에는...
나랑 비슷한 나이의
어린애도 있었지.

피오라 : ......

가이츠 : 나 자신이 터무니없이
나쁜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.
내가 타고 있는 만큼의 무게 때문에
그 애가 고통받고 있다...
그런 생각이 들었더니
견딜 수가 없어졌지.

피오라 : .......

가이츠 : 그때부터야. 나랑
아버지 사이가 안 좋아진 건...


A

피오라 : 저기, 가이츠씨.

가이츠 : 응...?

피오라 : 당신은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?
베르거 상회로
돌아갈 생각은 있어?

가이츠 : 없어.
나는 아버지가 말하길
못 써먹을 놈이라고 하니까.
상회는 동생인 기스가
알아서 잘 물려받겠지.
나는 어딘가에서 용병이라도 하면서
살아갈 거야.

피오라 : 그래...
그러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.
당신은 상인하고는
안 맞으니까.

가이츠 : ...쳇, 콕 찔러
말하기는.

피오라 : 왜냐면
당신은 좋은 사람이니까.
그렇게 착한 성격으로는
장사 못 해.

가이츠 : ...웃기네.
네가 장사에 대해서
아는 게 뭐가 있다고?

피오라 : 그렇지. 하지만
장사에 대해선 몰라도,
당신에 대해서라면
잘 알 것 같아.

가이츠 : ......